한동훈 '나경원의 청탁' 발언 사과..평정심 잃었나?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자신의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과 관련해 사과했다. 이는 전날 제4차 당대표 방송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한 후보에게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공개한 후, 하루 만에 이루어진 사과다. 한 후보는 당대표 선거전이 시작된 뒤 상대 후보에게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한 후보는 SNS를 통해 "어제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나 후보의 반복된 질문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라며 사과했다.
그는 전날 토론회에서 나 후보와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는 법무 장관이 구체적인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이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4월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 간의 물리적 충돌로, 나 후보를 포함한 여러 여야 의원이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 등 27명이 기소되었으며,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 후보의 발언 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억울한 피해자가 된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권성동 의원은 "'청탁 프레임'은 매우 부적절하며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윤한홍 의원은 국민의힘 단체 대화방에서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 앞장서겠냐"고 우려를 표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이양수 의원은 "(한 후보가) 전략상 실점했다. 재판받는 의원들이 많은데 그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등도 한 후보를 비판하는 데 동참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한 후보 발언을 두고 계파를 가리지 않고 '보수 전체를 적으로 돌릴 만한 큰 실수'라고 생각해 신속히 사과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을 만난 한 후보는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조건 없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법 등 악법을 당원들이 처벌을 감수하고 몸으로 막았던 충돌 사건에 관련된 분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당이 끝까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법률적 지원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다른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던 한 후보가 평정심을 잃었거나, 모든 사안에 대해 반박하려는 그의 스타일이 리스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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